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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자 (admin)   2004-03-01 02:35:19
  꽃을 든 남자

◈2002년 4월 4일 후추게시판에 작성된 윤성환님의 명칼럼입니다.
2002년 4월 안선수의 월드컵 엔트리 합류 여부 문제로 시끄러울 당시 쓰신 글입니다. 워낙에 널리 알려져 있어 읽어보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꽃을 든 남자


'홍명보'와 '황선홍'을 프로야구 선수로 알고 있는 제 아내도 안정환은 압니다. 물론, 제 아내에게는 안정환이 축구 선수이기보다는 '꽃을 든 남자' 내지는 '테리우스'로 다가 갔겠지요.
(제 아내가 처음 안정환을 본 것도 여성잡지에 김봉남씨의 옷을 입은 사진을 보고서였답니다.)

저 역시도 안정환 하면 제일 먼저 떠 올리게 되는 모습이 '테리우스'란 별명이 너무 잘어울리는 그의 긴 머리와 비너스가 만들었지 싶은 조각상과도 같은 잘 생긴 외모입니다. 남자인 내가 봐도 너무 잘 생겼것든요, 질투가 날만큼. 솔직히 많이 부럽습니다.
(한때, 저도 꽁지머리를 해보는게 소원이었거든요. 6개월을 머리를 길렀는데, 부모님께 걸려 바로 잘렸습니다. 때는 1986년도 였습니다.^^)

그가 부산의 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비던 시절, 구덕운동장에서 오빠를 외치는 어린 10대 소녀를 만나는 것은 전혀 낯선 일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그의 출전 여부에 따라 입장수입이 좌우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그의 외모가 그의 인기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결코 무시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안정환 선수가 그의 외모는 제쳐 놓는다 하더라도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그의 순수한 축구실력에 비해 과분한 일일까요?

안정환!

외모와 상관없이 그의 실력만 놓고 보더라도 매력있는 캐릭터입니다.

100m를 12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 2-3명의 수비를 거뜬하게 제끼는 아름다운 드리블링, 전광석화 같은 슈팅 타이밍, 정확하면서도 강력한 슈팅, 뛰어난 문전에서의 득점감각 등 공격선수로서 갖추어야 할 옵션은 모두 갖춘 선수입니다. 또한 국내에 있을 적에 그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헤딩 능력마저 이탈리아 진출 이후, 상당히 보완되었습니다.
(사실, 국내리그에서 그가 기록한 44골중 머리로 기록한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이탈리아로 가서는 머리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더군요. 그라도 살아남기 위해선 별 수 없었나 봅니다.)


그의 뛰어난 득점력에 대해서도 말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99년 프로리그 MVP 수상은 '샤샤'의 '신의 손' 사건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99년 기록한 21골도 대우가 페널티 킥 전담 키커로 밀어준 것이 아니냐' 는 등의 말도 그의 득점력에 대해 말할라치면, 빠지지 않는 메뉴인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안정환이 99년 기록한 21골중 페널티 골로 기록한 것이 7골에 달하므로 전혀 틀린 말이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페널티 킥을 차는 것도 한두번이면 몰라도 이쯤되면 보통 부담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는 8번 주어진 기회에서 단 한번 실수했을 뿐입니다.
(아마, 안정환이 떠난 이후, 마니치의 페널티 킥 실축으로 열 뻗쳐본 부산 팬들이라면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도 안정환이 있을 때는 페널티킥을 차겠다고 함부로 나서지 않았습니다.)

사실, 안정환 선수는 킥에 대해 상당한 정확도를 자랑합니다. 문전을 크게 벗어나는 슛은 많지 않습니다. 슈팅시도 대비 골성공율에서 아마 국내 리그 탑클래스의 수준을 기록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슈팅 강도가 약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언젠가 프로리그 올스타전 막간에 열린 캐넌 슛 대회에서 2위에 올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시속 128KM를 기록한 유상철이 우승하였는데, 안정환의 슈팅은 125KM가 나왔었습니다.

또한, 99시즌 MVP에 등극하였을 시, 그가 기록한 7개의 어시스트 숫자에도 주목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아주대 재학시절 부터 그의 플레이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왔던 이들이라면, 안정환을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 반열에 올려 놓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을 것입니다.

97년 늦은 여름으로 기억합니다. 추계 대학 연맹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주대와 홍익대가 결승에서 맞붙었습니다. 전반은 홍익대가 2-1로 리드하면서 끝났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뒤에 나오는 것이더군요. 후반전은 후반시작과 함께 기용된 안정환 선수를 위한 독무대였습니다. 비록 대학무대 였지만 수비 3-4명 제치는 것은 일도 아니더군요. 후반 45분 동안 홍대 진영을 완전 자기 안마당인양 헤집고 다니며, 2골 1어시스트. 5-2 아주대의 완벽한 역전승! 아니, 안정환 개인의 화려한 승리라 해도 좋을 만한 경기였습니다.

왜 차범근 감독이 안정환을 98월드컵 대비한 상비군 멤버로 뽑아 함께 훈련을 하였는지, 이 한경기로 해서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안정환의 태극마크와의 인연은 이미 그 이전부터 였습니다. 그해 초부터 98 프랑스 월드컵의 상비군으로 그의 이름이 거명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의 태극마크와의 인연은 쉽게 맺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월드컵 본선 멤버로 참가하지 못했던 것은 그렇다고 할지라도, 월드컵 이후 우리 대표팀의 운영이 2000년 시드니 올림픽팀을 위주로 운영됨에 따라 그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99년 허정무 체재 하에서 코리아 컵이었던가, 아니면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였던가 그가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 경기에 데뷔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가 1년만 더 늦게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이관우, 이영표, 박진섭 등과 함께 올림픽 팀의 주전 멤버로 우리 앞에 보다 많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안정환 선수에 대한 우리의 평가 자체가 바뀌어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죠.
(비쇼베츠의 올림픽 사단 때부터 윤정환 선수가 한국 축구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던 것을 생각하면 이 또한 모를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97년부터 대표팀 멤버로 거론 되었던 안정환의 a매치 출장 기록이 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풀타임 기용여부는 차치하고라도 20 경기가 채 못된다는 사실은 50경기에 달하는 이영표, 30경기에 달하는 설기현의 그것과 대비되어 더욱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물론, 윤정환의 a매치 출장기록도 35경기 안팎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윤정환의 경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윤정환에 대한 기억의 대부분이 비쇼베츠의 올림픽 팀에서주터 연유된 것임을 감안한다면 저의 아쉬움도 무리가 아니지 싶습니다.)

안정환의 국대기용을 반대하시는 분들이 과연 부산 아이콘스의 일원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던 안정환의 경기 몇 경기나 제대로 보시고 그러한 주장을 하시는지 모를 일입니다. 물론 이것은 안정환의 맹목적인 국대기용을 주장하는 분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것입니다.

신문지상의 기사 몇줄, 스포츠 뉴스에서의 몇장면 가지고, 혹은 단순히 그가 이탈리아 리그로 진출한 사실 한가지만 가지고 그의 기용을 주장한다면 이 역시 안되는 일일 것입니다. 더우기, 그의 외모로 인해 그의 능력이 과대 포장되어, 한국 최고의 인기 선수이기 때문에 월드컵에서 뛰어야 한다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전 다만, 안정환 선수가 과연 그의 능력을 팬들에게 판단받을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가졌었는가에 대한 아쉬움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TV화면을 통한 선수평가, 더우기 그것도 주요 국대 경기(아니, 올림픽팀의 경기도 상관없습니다. 단지 우리 대다수의 팬들이 관심을 가지는 경기를 말합니다.)만 가지고서 한 선수의 능력을 단정짓는 일만큼은 최소한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체력문제!

예, 문제가 됩니다.

김남일, 송종국, 이영표, 박지성 등의 선수들 보다 분명 못합니다. 하지만, 국내리그에서 그는 120분의 경기도 거뜬히 소화해냈습니다. 물론, 국내리그의 수준이 세계 수준과는 비할 바가 없지만, 그 나름대로 많은 활동량을 소화해 내었습니다. 특히, 그가 소속되어 있던 부산 아이콘스의 축구가 많이 뛰는 축구를 요구했고, 안정환의 활동 영역도 꽤 넓은 편이었습니다. 이점을 감안할 때, 공격수로서의 그의 체력은 큰 문제가 없었다는 말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히딩크호에서 보여준 플레이만 놓고 보았을 때, 그의 체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로 보여집니다. 축구선수라면 자기 관리에 충실하여, 항상 최상의 몸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안정환 선수는 그러한 자기 관리에 실패하였습니다.

물론, 시끄러웠던 해외 진출 문제, 복잡한 집안문제 등 안정환 선수가 축구에 전념할 수 없었던 저간의 사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만은 그렇다고 해서 자기관리에 대한 실패의 변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보아 왔던 안정환 선수의 체력문제가 최상의 상태는 아니었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에 위안을 찾고 싶습니다. 실제로 이번 유럽 원정에서 보여준 안정환 선수의 모습이 작년에 보여주었던 그것보다 나았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히딩크 감독이 강조하는 빠른 체력회복능력을 갖추는데 안정환은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순간적인 빠른 움직임이 반복되는 축구에서 이러한 회복능력은 필수적인 것입니다. 더우기, 공수가 교대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진 현대 축구에서 이러한 회복능력은 모든 선수들이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지나친 개인플레이!


역시 문제가 되네요. 이것 또한 사실입니다.

공격수로서의 안정환을 살펴보면 플레이 스타일면에 있어서 다른 정통파 스트라이커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좋은 위치를 미리 확보하고 동료로부터의 패스를 받아 골을 넣는 스타일의 공격수를 위치 선정형이라고 한다면, 안정환은 동료의 패스를 기다리기 보다는 스스로 슈팅찬스를 만들고 자신이 해결하는 스타일의 선수라 할 수 있겠습니다.

드리블에 자신이 있기에, 이러한 스타일을 고집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또한 자기 자신이 모든 결정을 짓는다고 무조건 드리블에 이은 돌파만 시도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전에서 논스톱슛을 시도할지, 아니면 한번 컨트롤한 후 동료에게 연결할지 짧은 순간에 판단을 하는 두뇌회전도 뛰어납니다. 또한 상대 수비수가 예측 못하는 플레이를 한다는 것도 그가 가지고 있는 큰 장점의 하나입니다.

실제로 K리그 탑클래스의 중앙수비수로 한때 귀화문제까지 검토되었던, 전남의 마시엘 선수가 '슈팅과 드리블이 뛰어나고 예측이 어렵다'고 해서 가장 힘겨워 했던 공격수가 바로 안정환이었습니다.

반면, 안정환 선수가 가장 어려워 했던 선수도 마시엘이었습니다. 실제 99 시즌 대전남전에서 안정환 선수가 기록한 골도 한골 뿐이었습니다. 사실 마시엘에게 꽉 막혀버린 안정환의 돌파력에 한때 회의를 가져본 적도 있었습니다만, 유럽으로 떠나기 전, 마시엘을 앞에 두고 보여준 신기에 가까운 드리블과 볼 키핑에 이은 회전, 그리고 날카로운 슈팅은 역대 K리그 최고의 골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 였습니다. 마시엘을 상대로 한 통렬한 복수극이였다는 점에서 더욱 멋진 골이었습니다.

빠른 발을 이용한 측면 돌파도 안정환이 가지고 있는 장기의 하나입니다. 항상 중앙 돌파만을 고집하지는 않았습니다. 부산 시절 마니치 선수와 순간적으로 위치를 바꾸어 측면을 돌파하며 올려주는 크로스의 질도 꽤나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안정환은 오른발, 왼발을 모두 씁니다. 스피드를 살려 깊숙히 파고들어 오른발로 크로스를 올리기도 하였지만, 돌파하는 척 하다가 왼쪽으로 접으면서, 왼발로 올려주는 크로스도 좋았습니다.

마니치 선수가 머리를 좀 써주었다면, 안정환의 어시스트 숫자도 더 늘어났을 것입니다. 뭐 이점에 있어서는 안정환 선수도 할 말 없겠죠. 자기도 머리를 쓴 적이 한번도 없었으니 말입니다. 어쨋든 안정환 선수가 올려주는 크로스의 질도 상당히 좋은 편이었습니다.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느리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낮고 빠른 편이었다고 해두는 편이 좋겠네요.

아무래도 포워드로는 좀 곤란하지 않겠냐구요?

네, 좋습니다. 그럼 미드필더로 보내보죠.


패싱력이 떨어져 플레이 메이커로서의 기용은 어렵다!

저도 플레이 메이커로서의 안정환의 능력이 우리 선수들중 최고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안정환은 상당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생각합니다. 일부에서 말하는 패싱력이 떨어진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한방에 상대 수비를 허무는 그런 패스는 아니지만, 안정환은 짧은 패스에는 상당히 능합니다. 특히, 연속적인 짧은 2대1 패스로 2선에서 상대수비를 뚫고 들어가는 능력은 상당히 탁월합니다. 의외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스에도 능합니다. 게다가 2선에서 돌아들어가며 공격에 가담하는 능력도 상당히 우수하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미드필더로서 안정환을 높게 평가하는 것은 볼키핑력이 상당히 좋다는 것입니다. 좀처럼 상대에게 볼을 뺏기지 않을 뿐더러, 볼을 잡고난 후의 넥스트 플레이에도 안정감이 있습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중앙에서의 압박이 심해진 현대축구에서 이와 같은 능력은 미드필더로서 가져야 할 필수 조건입니다. 이점에 있어서 안정환의 안정감 있는 볼키핑과 볼에 대한 집착력은 높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짧은 패스는 좋지만 중앙에서 양 측면으로 오픈시키는 패스는 앞으로도 보완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가운데에서의 패스루트가 중앙으로 치우친 점이 현재 아쉬운 점입니다.

대표팀 경기에서 안정환이 보여준 패싱력은 분명 실망스러운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패스 연결이 이루어 지기 위해서는 선수들 상호간의 호흡일치가 필수입니다. 주는 사람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받아주는 사람의 역할도 무척 중요합니다. 이점에 있어서, 안정환의 경우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안정환 선수가 대표팀의 다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본 것이 과연 몇번이나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안정환의 짧은 대표 경력도 경력이지만, 대표팀의 주축을 이룬다 할 수 있는 황선홍, 최용수 등과 함께 뛰었던 경험이 몇번이었었는지는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예전 안정환이 뛰었던 체코전에서 엇필 보았던 설기현 선수와의 호흡을 맞춘 패스 연결은 좋아 보였습니다. 선수들간의 호흡도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좋아지는 게 아닐까요?



수비력이 떨어진다!


안정환에 대한 세간의 평에 대해 반박하는 형식으로 글을 전개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저도 막히는 군요.^^;;

이 점에 있어서는 저도 안정환의 플레이에 불만이 많습니다. 공격과 수비를 별개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현대축구에서 수비를 하지 않는 선수는 그라운드에 설 자격이 없습니다.

현대축구에서 공격과 수비는 동일 공간과 동일 시간 내에서 하나의 몸체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공간에 대한 지배력을 가져나가는 것은 곧 수비인 동시에 바로 공격으로 연결되는 시발점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비시 안정환의 움직임은 좋지 못합니다. 동료들과 유기적인 호흡을 유지하며 상대를 조여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정환의 움직임은 동료들의 그것과 융화되지 못하고 따로 놉니다. 예전 국내리그에서도 그랬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안정환의 대인방어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단 수비에서의 요령이 모자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기 때문에 비단 안정환 개인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우리 선수들이 수비하는 요령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몸싸움도 안해서 그렇지 괜찮게 하는 편입니다. 또, 그렇게 밀리지도 않구요, 근성도 대단하여 악착같은 면도 보여줍니다. 생긴 거 하고는 조금 다르죠.^^ 다만 즐겨하지 않을 뿐이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합니다.

오히려, 공격을 하다가 상대에게 공을 빼앗겼을 경우, 바로 수비로 돌아서는 자세는 다른 공격수들보다 낫습니다. 반칙을 해서라도 다시 공을 되찾으려는 적극성도 무척 돋보입니다. 다시말해, 공격이 수비로 전환될 때, 최전방 공격수가 수비의 1차 저지선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상당히 충실한 편입니다. 공격수로서 끝까지 자신의 공에 대해서 책임을 지려하는 자세는 그의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 그것은 언제까지나 자신이 공격하던 공을 빼앗겼을 때라는 전제가 따릅니다.^^;

다른 동료가 빼앗긴 볼에 대해서는 그리 적극적이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하는 척만 했었죠. 수비가담 횟수도 적었지만, 형식적인 것일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수비도 공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라 팀에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쉽게 말해, 수비도 혼자하려 했던 것이지요. 수비시 다른 동료들과의 유기적인 협조가 더욱 중요한 것인데, 공간을 조여가는 그런 움직임이 많이 모자랐습니다.

이번 튀니지, 핀란드 전에서도 그렇더군요. 수비에 가담하는 횟수는 예전, 국내에서 활동할 때보다 늘어났습니다만, 동료의 움직임과 융화를 가져가지 못하고 혼자 튀는 것은 여전했습니다.

조직적인 움직임이 없다보니, 공격 전환시에도 빨리 좋은 자리를 잡는 것이 힘들었던 것이지요. 다른말로 한다면 공을 가지지 않았을 때의 움직임이 좋지 못하다는 말로도 대신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글로도 짐작하시겠지만, 전 안정환 선수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안정환 선수가 무조건 월드컵에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자 함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안정환과 같은 개인기를 가진 선수는 월드컵에 꼭 나가야 한다라든지, 안정환은 체력과 수비력이 딸려 안된다는지 하는 식의 단편적인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고자 했을 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안정환'은 단순히 화려한 기술을 가진 축구선수로서의 '안정환'이 아닙니다.

얼마전 newday(오용진)님께서 '운없는 사람'이란 글에서 아버지의 후광 때문에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차두리 선수에 대해 글을 올리신 적이 있었죠? 글을 읽고 있자니 안정환 선수가 떠오르더군요.

안정환 선수가 그 글을 보면 어떨가 싶더라구요. 안정환 선수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차두리 선수가 아니었을까요? 안정환 선수는 그렇게 '위대한 아버지'(사실, 모든 아버지가 위대합니다)는 커녕 우리와 같은 평범한 아버지도 가지지 못했습니다. (어떤 연유인 지는 모르지만 안정환 선수는 어머니의 성을 따르고 있습니다.)

홀어머니 품에서 어렵게 선수생활을 해온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그 하나 밖에 없는 그 어머니도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하네요. 하나밖에 없는 아들, 남편 없이 키어 온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할 정도로. 하지만 안정환은 자신에게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를 뒤로 하고 한국을 떠났습니다.

만약 안정환 선수가 주위의 여건을 고려했다면, 국내에 남아 선수생활을 하거나, 아님 차라리J리그로 진출하는 편이 훨씬 쉬웠겠지요. 축구도 하면서, 광고 등의 수입으로 돈도 버는, 다시말해 적당히 명예도 유지하면서 수익도 올리는 그런 식으로 타협을 했었겠지요. 만약, 그랬다면 그의 앞길에는 장미빛 인생이 보장되어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안정환은 자신의 꿈을 선택했습니다. 보장된 편히 갈 수 있는 길보다는 그 스스로 더욱 험한 길을 선택했습니다.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애써 힘들게 도전을 찾아 떠났습니다. 손에 든 장미꽃 다발을 버리고 기를 쓰고 가시밭길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이번 이상훈 선수의 메이져 리그 도전 포기 소식을 접하고 무척 우울했습니다. 어쩌면, 안정환 선수의 미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정환 선수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루어 주기를 바랍니다. 험난한 가시밭길을 헤치고 나가 자신의 땀과 눈물로 피운 꽃을 들고 다시 돌아와 주기를 바랍니다.

아마, 그 때 안정환 선수가 들고 있는 꽃다발은 장미꽃 다발이 아닐 것입니다.

안정환 선수가 들고 있는 그 꽃다발은 추운 겨울 모진 바람에도 푸른 잎새를 지켜온 '인동초'가 피운 하얗고 빨간 '인동꽃'일 것입니다. '꽃을 든 남자' 안정환이 자신의 꿈을 지키며 피워 낸 하얗고 빨간 '인동꽃'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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