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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호: 1230   [스포탈코리아]  2008-03-20   조회: 2631


 ‘달라진 판타지스타’ 안정환에게 박수를 보내다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그리고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기자가 채신머리없이 무슨 짓이냐는 비난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부산 관계자들이 안정환을 보며 환호성을 질러대는 걸 보자 가슴에서 뭔가가 울컥 솟아올랐다.

19일 부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안정환은 시즌 첫 골을 터트렸다. 무려 약 10개월 만의 골. 지난해, 그러니까 2007년 수원이 성남과 맞붙었던 5월 30일에 골 맛을 본 이후 처음이다.

그의 골이 그린 궤적은 아름다웠다. 180도 몸을 틀어 터닝 슈팅한 공은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골문 왼쪽 상단에 느릿하게 들어갔다. 인천의 골키퍼 송유걸이 긴 팔을 내밀어 쳐내보려고 했지만 손끝에 살짝 스친 공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골문 뒤의 그물을 출렁였다. 게다가 10명으로 싸우는 불리한 상황에서 터져 나온 골은 안정환의 판타지스타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어서 더욱 극적이었다. 3천 여명의 부산 팬들은 드라마 같은 골에 “안정환”을 연호했다.

안정환의 골수팬도, 더더구나 부산 팬도 아니지만 그의 ‘한 골’에 의도하지 않은 박수를 보낸 건 비단 골이 멋들어져서만은 아니었다. 골을 넣기 전부터 확연히 ‘달라진 안정환’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이제 한국 나이로 33살인 그는 축구에 막 눈을 뜬 듯, 축구인생을 마감하기 전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가 생긴 듯, 그라운드 곳곳을 누볐다. 공격형 미드필더, 최전방 스트라이커, 측면 공격수. 그에게 정해진 자리는 없었다.

한 명이 퇴장 당한 후 후배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에선 그간 볼 수 없었던 ‘캡틴’으로서의 면모도 간취됐다. 더 이상 그는 천성적으로 융화할 수 없는 고양이같지도 않았다. 그의 득점이 1골 이상의 의미를 가진, 묵직한 것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안정환도 자신의 플레이가 변했다고 인정했다. 그 계기는 황선홍 감독이 보여준 믿음이었다. 그는 “내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황선홍 감독님이 해주시는 것에 보답할 수 있는 건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한 건 축구만이 아니었다. 경기가 끝난 직후 안정환은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환호성을 질러대는 구단 프론트에게 손을 흔들며 같이 기뻐하는가 하면, 인터뷰 룸에 먼저 들어와 있던 황선홍 감독과 눈이 마주쳤을 때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7월 수원의 미국 LA전지훈련 당시 기자들 앞에서 시종 일관 굳은 표정으로 재기와 우승을 얘기하며 초조함을 드러냈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한국 축구사에서 가장 드라마같고 굴곡 많은 축구 인생을 살았을 안정환. 수요일 밤 항구도시 부산에서 그를 지켜보면서, 어쩌면 그 자신과 꼭 닮은 선배이자 스승인 황선홍 감독 밑에서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축구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8 시즌 안정환의 화려한 부활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민선의 풋볼 인사이드]



윤인필 (2008-03-20 13:31:59)  
정말이지 고맙네요.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네요.
211.221.188.106
이유진 (2008-03-26 10:59:24)  
ㅜㅜ 기다린 보람이있네요 정말..
210.115.16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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