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안정환(뒤스부르크)은 골을 터뜨리고도 덤덤했다. 별다른 골 세리머니도 없었고, 환한 웃음도 보이지 않았다. 가볍게 박수를 치며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 골에어리어를 빠져나갔다.
핌 베어벡 감독이 현역 최고 골잡이로 극찬했던 안정환이 새 선장 베어벡 감독에게 첫 승을 선물했다.
한여름 소나기처럼 시원한 한 방, 역시 특급 골잡이는 달랐다.
0-0으로 흘러가던 전반 31분. 마침내 터졌다. 미드필드 중앙에서 김남일이 골 에어리어로 찍어 차 올렸다. 상대 골키퍼가 튀어나왔다. 수비수 한 명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안정환이 한 박자 빨랐다.
왼 발끝으로 방향을 틀어놓았다. 공은 살짝 튀어올라 골네트를 흔들었다. 안정환의 이 골은 선취골이자 결승골이 됐다. 안정환의 한 방이 터지면서 답답하게 흘러가던 경기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을용과 함께 대표팀의 최고참 안정환에게 아시안컵 예선 대만전은 특별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현실은 답답하다. 이적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고, 최악의 경우 4개월간 쉴 각오까지 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다시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 독일 월드컵 이후 대표팀 은퇴까지 생각했으나 베어벡 감독은 그를 필요로 했다. 평소와 다른 포지션으로 나갔다. 베어벡 감독은 상대의 밀집 수비를 교란시키기 위해 안정환에게 왼쪽 공격을 맡겼다. 몇차례 시원한 측면 돌파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후반 26분 김두현과 교체될 때까지 가벼운 몸돌림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김남일 올린 골 왼발로 '툭'… 베어벡 감독에 첫승 선물
[스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