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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월드컵 이탈리아 격침 '안정환 황금공'찾았다

[중앙일보 정영재 기자]


기억하는가. 전국이 환호로 뒤덮였던 2002년 6월 18일 밤을. 한국과 이탈리아가 월드컵 8강 진출을 놓고 맞붙은 결전의 그날 밤. 감격의 주인공은 안정환의 연장전 헤딩골이었다. 2대1로 한국의 승리를 결정지으며 한국 축구사를 다시 쓰게 한 골든골. 대전월드컵경기장이 수만 관중의 함성에 떠나갈 듯할 때 주심 바이런 모레노(에콰도르)는 그 공을 들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그 공이 지난 6일 오후 돌아왔다. 한국을 떠난 지 1년8개월 만이다. 지금까지 공을 소장해온 모레노가 한국의 축구자료 수집가 이재형(43)씨에게 기증한 것이다. 그는 당시 입었던 심판복 상의와 이탈리아 공격수 토티를 퇴장시킬 때 꺼냈던 레드카드와 옐로카드도 함께 한국에 보냈다.


모레노는 3일 에콰도르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기증식을 열었다. '이 공을 한국의 축구자료 수집가 이재형씨에게 영구 기증한다'는 기증 증서에 사인을 했다. 당시 부심 2명과 대기심, 국제축구연맹(FIFA) 경기감독관 등 4명의 서명이 적힌 공에도 자신의 사인을 새겨넣었다. 기증식에는 심국웅 대사가 참석했다.


모레노의 마음을 움직인 건 이재형씨의 집념이었다. 지난해 6월 국내 한 방송사가 월드컵 1주년 기념 특집으로 모레노를 찾아가서 한 인터뷰를 보고 그는 눈과 귀가 번쩍 뜨였다. 모레노가 "내가 안정환의 공을 갖고 있다"며 공을 보여준 장면이 방영된 것. 이때부터 그는 치밀한 '환수작전'에 돌입했다.


모레노의 주소를 파악하고 그에게 줄 선물을 마련했다. '월드컵 4강 전사'의 얼굴을 동판에 새겨 수원월드컵기념관에 기증했던 정광사 측에 부탁해 모레노 얼굴 동판을 만들었다. 월드컵 기념품과 축구 용품도 준비했다.


지난해 12월 6일 에콰도르로 막 떠나려던 이씨는 "모레노가 아르헨티나로 떠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비행기표까지 끊어놓았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3일 이씨는 드디어 에콰도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그가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 도착했을 때 "모레노가 급히 미국 마이애미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에콰도르 프로리그에서의 판정시비로 살해 위협을 받고 도피 중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모레노에게 보내는 선물 보따리를 현지 교민에게 맡겼다. '공을 꼭 기증해 달라'는 간곡한 편지도 남겼다.


지난달 말 낭보가 날아들었다. 모레노가 기증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다시 짐을 꾸렸지만 이번에는 비자기한이 만료됐다. 결국 이씨는 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린 끝에 '진품'을 맞이했다.


"이 공은 한국축구의 국보와 다름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보면서 당시의 감격을 되새길 수 있는 곳에 기증할 생각이에요."


이씨는 8일 아침 일찍 이 공을 월드컵 트로피를 보관했던 하나은행 금고에 맡겼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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