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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5   755
   2008.06.07 23:30   2008-06-01 11:53:44
   월드컵 예선
   요르단
   대한민국  1 : 0  요르단
   득점 0, 도움 0
   SBS
  
할 말 없는 경기


모두의 열망대로 대표팀은 이겼다.

그리고 최종예선으로 가기위한 8부 능선 까지 넘었다.

맞다...이제는 숨을 돌릴 수 있고,

북한전은 웃으며 치룰 여유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겼으니 말이다.


결과를 가져온 승장에게 실패한 듯 몰아세우는 것은 안 될 말이다.

다만 아쉬울 뿐이고, 사실은 좀 부끄럽기도 하다.

허정무는 결과를 중시하는 현실적인 감독이고,

상대가 요르단이든 누구든 승점 3점이 필요한 경기였다.

굴욕적인 경기라도 이겼으니 만족한다는 팬들도 있을 테고,

우리는 언제나 아시아를 대표하는 강팀이고

요르단을 상대로 굴욕적인 경기는 용납할 수 없다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도 잘못 된 것은 없다.

결과와 실리를 택하느냐...이상과 낭만을 보이느냐의 다름일 뿐이고

후자 쪽이 욕심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욕심일수도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할 수도 있어야 할 것이다.


감독이 요르단 원정을 자신의 명운을 가를 만한 경기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그 누구도 결과를 떠나 요르단에게 벌벌 떨고

뒤로 물러서는 감독에게 만족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은 마치 브라질을 만난 듯 한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폈고,

그 것이 절정에 이른 후반에 우리는 3백에 측면 윙백 그리고 수비 시 3백 뒤에 조용형이 쳐지고

조원희까지 미드필드라인 아래로 뛰게 하면서

골키퍼를 포함해서 8명이 우리 골문 근처에서 수비를 하는 전술을 보였다.

사실 꼭 그래야 했는지는 모르겠다.


박진감 넘친 건 요르단이었다.

그들이 전반 이른 시간에 PK 실점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낼 수도 있을 만큼 그들은 괜찮은 경기를 했다.


우리는 서울경기와는 다소 다른 선발구성을 보였는데,

박지성에게 플레이메이커 자리를 맡겼고,

이청용 대신에 설기현이 뛰었지만,

해설진이 선수명단을 잘못 들고 나왔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설기현은 화면에 노출되지 않았다.


설기현의 그러한 모습은 그의 컨디션이나 움직임에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미드필드진에서 볼을 제대로 분배하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조직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박지성은 그 누구보다 활발한 미드필더지만,

간결한 전진패스로 볼을 원활히 배분하여 공격을 이끄는 플레이메이커는 아니다.

김남일이 평소보다 공격적으로 뛰며 기회를 만들지 않았다면,

한국은 슈팅 한 번 해보지 못하는 굴욕적인 경기를 하고 왔을 지도 모를 일이다.

측면에서 절대적인 모습을 보이는 박지성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히는 것 보단

지난 경기처럼 안정환에게 역할을 맡기거나, 김두현에게 힘을 실어주는 판단이 어땠을까 싶다.


박지성 위주의 경기는 그가 측면에서 활발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고,

중원에서 좋은 패싱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어떤 선수도 큰 효용을 발휘하기 어렵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감독이 박지성을 중원에 기용한 것은

아무래도 박지성의 활발함으로 중원에서 주도권을 내주지 않고

수비 시 부족함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생각된다.

결국 원정경기에서 감독은 지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지난 경기 교체실패로 다잡은 승리를 놓쳤지만

이번경기에서 감독의 교체는 실패하지 않았다.

수비강화의 목적성이 분명했기에 그의 교체는 그 목적을 만들어낸 것이고,

교체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본다.

다만 그의 목적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최종예선으로 가는 8부 능선을 넘었고,

남은 두 경기 지금과 같은 경기력만 보여줘도 최종예선은 충분하다.

하지만 최종예선에서 우리는 호적수인 일본이나 이란과 경기를 해야 하고,

이라크 같은 복병을 만나 고전하게 될지도 모른다.


고로 감독은 선수들에게 물러나는 경기를 주문해선 안 된다.

2002년 이후 아시아 맹주들과의 경기에서 한국은 정신력이 아닌 자신감의 경기를 했다.

결과가 나쁠 때도 있었지만 물러서지는 않았다.

정신력만으로 버텨내던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내국인 감독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면 그는 더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승리를 축하한다. 하지만 할 말 없는 승리였다.

이겨도 지랄이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이런 식의 승리고, 이 경기가 마지막이 아니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작성자 : 러브테리 김민규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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