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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현석 (coolbijo)   2005-04-07 11:44:22
  축구선수의 팬이 된다는 것.

1.
제게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스포츠 중에
좋아하는 스포츠라고는 단지 축구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사적으로 등산이라든지 마라톤 등을
즐기기는 하지만,
경기를 보기도 전에
좋아하는 이성을 만나기 전처럼 가슴이 뛴다든지,
경기중에는 이성이 완전히 날아가 버리고
그라운드와 피치로부터 전해져오는 치열한 투쟁정신에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은 흥분을 느낍니다.
경기가 끝나고도
수많은 축구팬들과 뒷풀이와 담화, 논쟁과 분석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저는 원래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왜 축구를 좋아하게 된걸까?
어느날 문득 스스로도 쉽게 믿어지지 않는 생경함에 놀라는 날이 있습니다.

‘농구를 정말 좋아하십니까?’
저는 물론 농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농구를 주제로한 걸작 중의 걸작 만화,
슬램덩크를 너무 좋아합니다.
이 만화에는 농구 이상의 무엇,
삶의 역경과 고통, 치열함과 분함, 노력과 좌절하지 않는 의지,
그리고 비로소 자기의지의 실현과 그것에 의한
눈물나는 충만감이 있습니다.
저는 축구를 통해서 저러한 감정들을 느낍니다.

슬램덩크의 중간 내용쯤에,
심기일전의 의미로 머리를 거의 삭발하다시피한 우리의 강백호군이
(이쯤에서 어쩔 수 없이 차두리 군이 연상되는 것은 참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그 단순무식한 이미지의 매력… 어찌 그리 닮았는지^^)
마스터플레이어 이정환이 이끄는 해남고교에 통한의 1점차 분패를 당한 후,
가슴이 저며오는 분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표현하기 힘든 그 안타까움과 분함과, 아쉬움과 억울함을
오늘의 와신상담으로 삼고
작품의 주인공들은 성장해 나갑니다.
이쯤에서 슬램덩크는 성장만화이자 인생을 논하는 작품의 반열에 올라 있습니다.

저는 사실
축구 그 자체의 팬이기 이전에
축구선수의 팬이었습니다.
내게는 생전 일 푼의 가치도 없었던 관심 밖의 남의 일,
축구가 의미 지어진 것은,
단 하나의 선수 덕분이었습니다.


2.
저는 올해로써 8년차의 축구팬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K리그의 열혈맹신추종자라고 자부합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제가 축구팬이기 이전에 제게 축구는
전혀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고,
K리그의 어떤 선수 하나로 시작해서
제 인생에 축구가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축구팬이기 이전에는 거의 국가전체의 사생결단 승부였던
축구한일전조차 전혀 관심 밖의 일이었습니다.

1998년 월드컵이 끝난 직후,
대한민국은 갑자기 축구마법에라도 걸린 듯
느닷없이 축구열풍에 휩싸입니다.
언론은 특히 방송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축구방송사를 자처합니다.

여담이지만,
월드컵이 끝난 후 축구방송사를 자처하며
가장 방송광고효과가 큰 국가대표 공식국제경기의
단물만 쏙쏙 빨아먹고 나서는,
대중의 냄비와도 같은 관심이 식어버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축구를 찬밥취급하는
모모 방송사들의 더럽고 가증스러운 행태는
2002년도에 똑같이 재현되기는 했더랬습니다.

어쨌거나
하루아침에 친 축구 언론이 되버린
주제과잉의 무차별적인 홍보 덕택에
저는 생전 처음 축구장에란 곳을 가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제게 평생
가장 감동스러운 장소가 되어버린
그라운드 라는 이름의 공간 위에서
한 축구 선수를 목격하였습니다.

안정환

대한민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 선수와 최순호 선수의 플레이는
생중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98년 이전에
남들이 틀어놓은 TV화면을 통해 보았던 한국축구는,
아시아에서는 무적이고
유럽이나 남미 등의 축구강국들을 만나면
고양이 앞의 쥐처럼
무기력하고 위축되고 보잘 것 없다는 느낌였습니다.

대체 저걸 왜 할까?
왜 쪽팔리게 저런 걸 할까?
한국인은 체질적으로 축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차라리 해태타이거즈의 우승이 더 재미있는걸?

한국축구는 태권축구
반칙과 몸빵과 야비한 태클 외에는 할 줄 아는게 없는 축구.
이정도까지의 악의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으로 보자면
축구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고 있는 중국과도 같았지요.

그러나 그런 왜곡된 이미지를
통렬하게 박살내어준 선수가
안정환, 그 였습니다.

한국 축구선수도 축구강국의 스타플레이어들처럼
기술적이고 현란한 플레이를 보여 줄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목격한 이후,

K리그의 르네상스 시절
안정환과 같이 가장 많이 거론되었던
이동국 선수와 고종수 선수에게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단지 안선수의
라이벌이었기 때문였지요.^^
축구에 대하여 이유 없는 모멸감을 가지고 있던
비 스포츠팬의 생애는
그야말로 난데없이 사커키드로써의 삶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입니다.


3.
코레아노 안느.
그는 어느 순간부터 그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현장의 그라운드 위에서 볼 수 없는 그.
대한민국 축구선수로써는 ‘최초로’
세계 최강의 프로무대에 입성하게 됩니다.

일본의 축구선수는 국가적인 전폭적 지원 아래
해외진출을 하던 와중에,
TV화면으로도조차 볼 수 없는 그.
경제대국이 그 때처럼 부러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안느의 소식이 궁금해
인터넷 온라인 싸이트들을 전전하며
마침내는 제게 아주 중요한 의미가 되어버린
모 온라인 축구싸이트에서 안느의 문자중계를 보게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저 또한
진정한 축구팬으로 탈바꿈하는 변태기를 거치게 됩니다.
단지 그 선수 하나를 보기 위해 드나들기 시작했던 축구장에
그는 더 이상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선수에 의해 만들어진 그 선수의 팬은,
그 선수에 대한 그리움을
K리그의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을 통하여 대리만족하게 되고,
마침내는
그 선수 자체보다 더
K리그의 광신도가 되어버립니다.


4.
세월이 흐르면,
선수와 팬은 같이 늙어갑니다.
이제 안정환 선수는
한 아내의 지아비이고
한 아이의 아버지이고
한 집안의 가장입니다.

그는 현재 안타깝게도 일본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팬들의 바람과는 달리
유럽리그로의 복귀는 미지수입니다.

한 선수와 그의 팬들은
그 선수가
승승장구와 파죽지세라는 말이 당연한 것처럼
아주 잘하고 있을 때나,
침묵과 고요속에 침전의 시간을 반복하고 있는 순간에나,
그 선수의 팬일 수 있어야
팬이라고 자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안정환 선수의 팬입니다.
더불어 이천수 선수와 김남일 선수의 팬입니다.
박지성과 최성국을 보면 즐겁고
떠오르는 루키 박주영 선수에게
관심이 갑니다.

제게 축구 이상의 의미인 꼬레아노 안느는
지금 기로에 서있습니다.
그가 대중축구팬들의 바람처럼
빅리그로 귀환하게 될지는 모를 일입니다.

제가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밀레니엄 특급은
2시즌째 골을 기록하지 못하고
끊임없는 자질의심에 관한 질타들에 직면해 있습니다.

선수가 곤란한 지경에 놓여 있을 때
팬의 가슴 또한 저미고 아픕니다.

저는 이동국 선수나 최용수 선수의 팬이 아니지만,
그 선수의 팬들을 무척이나 존경합니다.
그 누구보다 많은 야유와 비난과 조롱과 욕지기를 들어온 그 선수들.

그 선수들이
거칠고 무심하고 악의적이고 비열한 질타에
속수무책으로 얻어 맞고 있을 때,

그의 팬들이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나는 안정환, 이천수의 팬입니다.

나는 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하고
빅리그의 주전이 되건
제2리그에 남게 되건
국내로 복귀하건
그의 팬입니다.

수 많은 안티팬들 혹은 그저 지나가는 생각없는 말로
쉽게 상처주는 말들을 툭 던져버리는 대중들과 언론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의심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믿어주는 것’
이 팬이 할 일입니다.

축구선수와
축구를 사랑하는
팬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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