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 환상적인 왼발 터닝슛을 터뜨린 ‘반지의 제왕’ 안정환(29·FC메스)이 대표팀 숙소에서 같은 방을 쓰는 ‘라이언킹’ 이동국(26·포항)과 더욱 깊어가는 우정과 함께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아드보카트호’에서 치열한 원톱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지시로 대표팀에서 룸메이트다. 굳이 구분하자면 안정환이 ‘방장’이고 이동국이 ‘방졸’인 셈이다.
안정환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동국과는 깊은 정을 나누고 있다”며 “팀의 경기일정을 살펴봐야겠지만 다음달 18일로 예정된 동국이의 결혼식에는 꼭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풀타임으로 뛴 스웨덴전에서 골을 터뜨린 후 벤치를 지킨 이동국과 나중에 방에서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내가 도와줘서 (형이) 그런 것”이라며 “모두 자기 공으로 돌리더라”고 농담으로 답했다. 이동국도 “정환이형과 함께 방을 쓰는 것이 즐겁다”고 맞장구쳤다.
지난 1998년 프로무대에 데뷔해 고종수와 함께 ‘신세대스타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한 이들은 그 해 프랑스월드컵 본선 실패로 침체된 국내축구에 새 바람을 일으키며 ‘축구붐’을 주도했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숙명적으로 경쟁자로 맞서야 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때는 안정환이 화려하게 비상한 반면 이동국은 최종 엔트리 탈락의 비애를 곱씹어야 했다. 안정환의 상승세는 월드컵 후에도 계속돼 코엘류 감독을 거쳐 박성화 감독 대행시절까지 6골을 기록하며 ‘대표 골잡이’의 명성을 누렸다. 이 시절 이동국은 단 한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본프레레 감독이 부임한 이후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이동국이 9골을 몰아치며 ‘본프레레의 황태자’로 떠오르는 동안 안정환은 1골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을 내면서 절치부심했다. 이 기간 동안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겨 경기장에서도 지나치게 골 욕심을 내느라 팀 플레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대표팀 주변을 떠돌았다.
그러나 이동국은 “사실 우리 둘 사이의 불화설도 있었지만 이젠 그런 것 없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잘 지내지만 대표팀에서는 경쟁자다. 지고 싶지 않다”고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안정환도 “경쟁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 상황을 피할 생각은 없다”며 “우리의 경쟁이 서로의 발전은 물론 대표팀 전체의 전력강화에도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자기가 몸조리를 잘 해줘서 그런 거라며 자기 일처럼 기뻐하던데요.”
[스서]